환월루기담 1권 소개, 리뷰

만화 백귀야행으로 유명한 작가 이마 이치코의 또 다른 시대물 시리즈 환월루기담. 작가 특유의 옛날 일본 분위기를 잘 살린 괴담 만화입니다.
환월루기담 1권 소개, 리뷰를 해보겠습니다.

환월루기담 소개

개화기에 한없이 가까운 일본 어느 시대. (쇼와 초기이거나 메이지 유신 이후 다이쇼 시절인 것 같습니다) 유서깊은 츠루카메 된장의 후계자 츠루기 쇼이치로는 모든 방면에서 뛰어납니다. 잘생긴 외모에 뭘 시켜도 평균은 꼭 해냅니다. 돈도 많고 잘생긴 결혼 적령기의 고급 된장가게 후계자라니. 누가봐도 군침을 흘리며 혼담을 들이밀지만 쇼이치로는 어쩐 일인지 결혼에 관심이 없습니다.
어서 가족을 이루고 가정과 된장 가게를 두루 돌볼 안주인이 필요한데도 말이죠.

사실은 쇼이치로는 뭘 해도 재능이 끝까지는 가지 못하고 어중간하며, 된장가게에서도 경영을 맡아서 하지 실제 된장을 만드는 제일 중요한 작업은 사촌인 타로에게 맡겨놓은 상태입니다. 거기에 친어머니는 사실 유명한 요정의 일류 게이샤라는 소문까지. 자주 요정을 드나든다고 소문이 자자한 한량. 그래서 뒤에서 늘 수군거리지만 쇼이치로는 개의치 않습니다.

쇼이치로가 자주 드나드는 단골 요정이 바로 ‘환월루’ 입니다. 자신의 생모가 운영했던 환월루. 생모는 병을 앓아 윗층 골방에서 투병하다가 사망했고, 현재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친절하고 조용하지만 어딘가 수상한 현재 주인 마담도 환월루 미스테리 중 하나죠.
미모의 게이샤도 많지만 그 중 특별한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기방 악사 요사부로입니다. ‘칼침 맞은 요사’라는 이야기에서 따온 별명인 요사부로는 몸에 상처가 잔뜩 나 있다는 소문이 있는 괴짜 악사입니다. 음악이나 춤에는 정말 잼병이지만 대신에 괴담을 들려주는 특이한 이야기꾼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생생한 괴담에 가끔씩 촛불이 휙 꺼지거나 소리가 나는 멀티미디어 효과도 더해져서 화류계에서는 소문이 제법 자자한 요사부로.
된장 가게 후계자 쇼이치로와 환월루의 악사 요사부로가 만나게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가 바로 ‘환월루기담’ 입니다.

환월루기담 1권 리뷰

연재 텀이 워낙 길어서 도대체 언제부터 발매가 되었나 하고 찾아봤습니다. 1권이 2002년~2004년에 발매 되었으니 20년은 가볍게 넘었군요.
1년 마다 1편씩, 3년 동안 그렸다고 하네요. 팬으로서는 조금 더 힘내주었으면 하지만, 그러면 백귀야행이 덜 나올까봐 또….!
어쨌든 환월루기담이 나오는 사이에 작가의 연령대도 두번이나 바뀌었네요. 그림체에 아주 큰 변화가 없이 유지를 하는 것이 대단한 작가입니다.

환월루기담은 백귀야행과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현대 베이스인 백귀야행은 주인공이 대학생인 리쓰, 영매 능력이 있지만 이 주인공은 그런 것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요사부로가 한번 죽다 살아난 기념(?)으로 귀신을 보게 되었죠. 다소 추리물에 가깝다는 인상도 줍니다.
특히 쇼와 초기 시대이므로 오래된 옛날 얘기네요.

환월루기담이 아무래도 BL을 다루는 출판사에서 나왔으니 요사부로과 쇼이치로의 연애가 조금 나오긴 하지만 큰 골자는 [괴담]입니다.
맨 첫 장부터 츠루기가의 주인인 쇼이치로의 아버지 장례식이 나옵니다. 엉뚱하고 멍한 도련님 쇼이치로는 그다지 죽음이 크게 와닿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장례식에 이상한 녀석이 하나 아버지 방 문 앞을 스치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큰 소란이 납니다.
쇼이치로 아버지의 주검이 갑자기 걸어오더니 ‘이대로는 성불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멈춥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네요. 다시 시체로 돌아갔다고 하기도 애매하고…)

후계자로서 맞선 자리를 나갔다 온 뒤 신나게 파토 낸 쇼이치로. 환월루에 들리니 주인 마담이 아버님을 혼자 보내는 게 아니었다고, 악사를 하나 딸려 보냈지만 놓쳤다며 그 날 그냥 보내서 돌아가신게 아닌가 괴로워했다고 말합니다.
쇼이치로는 그 계단을 걸으며 아버지를 회상하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남자가 거칠게 밀쳐 죽을 뻔합니다.
그제서야 아버지의 죽음에 뭔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누워있던 된장통이 굴러서 박살이 난다거나 하는 사고가 점점 잦아집니다.
환월루에서 술을 마시던 쇼이치로는 요사부로의 손목에 상처가 나있는 것을 보고 장례식에서의 침입자는 요사부로였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요사부로를 지명합니다.
모두가 낄낄거리며 요사부로의 불행(?)을 즐거워하죠.

어쩐지 계속 줄거리만 쓰게 되네요. 요컨대 1권에서는 쇼이치로가 요사부로와 친해지는 과정과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어느새 서로 감겨드는 서사가 나옵니다.
사실 일본에서는 남색을 워낙 대놓고 하던 과거가 있어서 그런지, 작가도 가부키에서 남자 기생이나 공주가 알고보니 남자였다는 이야기를 봤다고 후기에 써놨어요.
어느 나라에나 다 있었겠지만 특히 일본은 기록이 많이 남아있어서 그런가봅니다.
아무튼 엄청난 호모포비아가 아니라면 수위가 신경 쓰일 정도는 전혀 아닙니다. 은유적으로 나오고 현대의 드라마가 더 수위가 높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추리를 곁들인 괴담이니 이런 분야를 좋아하신다면 꼭 시작해보라고 하고 싶은 환월루기담 1권.
환월루기담의 뼈대 이야기는 대충 다 나와서 설정도 재밌게 잘 봤습니다.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