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할 수 있을까? 만화 리뷰

효도할 수 있을까?
아마 동양권, 특히 동북아권 자녀들의 공통된 고민일 것 입니다. (동남아 문화는 제가 잘 몰라서 언급하지 않습니다. 아마 동남아도 기본적으로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와 사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의 나이가 60대 이상인 사람은 효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미래에 대해 생각이 들기 마련인 것 같아요.
이런 고민을 안고사는 작가, 다카기 나오코의 만화 효도할 수 있을까? 리뷰를 해보겠습니다.

효도할 수 있을까? 리뷰

이 만화는 기본적으로 다카기 나오코 작가 본인이 겪은 에피소드를 묶은 에세이 만화라 줄거리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줄거리보다 리뷰를 쓰는게 맞을 것 같아요.
실버세대, 시니어 세대인 부모님과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실려있는 만화입니다. 한 회사에서 40년 넘게 일을 하고 정년퇴직한 아버지를 주로 관찰하고, 지금도 일하러 나가는 어머니의 이야기도 섞여있어요.

작가는 일본 미에현에서 태어나 쭉 살다가 어른이 되어서 도쿄로 상경했습니다. 미에현은 나고야와 나라 사이에 있고, 이세 만(灣)을 접하고 있는 곳입니다. 상경 후 일러스트레이터로, 만화가로 성공하기 까지 나름대로 무명 생활과 생활고 등을 겪으면서 부모님을 많이 생각한 것 같았습니다.
어릴 때 고향 집에서는 3남매에 부모님, 반려견 무쿠까지 키우면서 떠들썩한 생활을 했다고 해요. 차도 2~3대 있어서 언니, 남동생, 부모님 출근 때는 전쟁 같았다고. (작가 본인은 프리랜서고 집에서 일하니까 예외였던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도쿄로 상경했을 때, 자취 집에서 혼자 있으니까 정말 외로움을 많이 느껴서 자주 울었다고 합니다. 작가의 또 다른 단행본 <오늘 뭐 먹지?>에 보면 혼자 집밥을 해 먹으며 느낀 외로움을 잘 설명해 놓았습니다.

도쿄에서 오래 살면서 매년 고향에 내려가기도 했지만 어떤 해에는 마감에 치여 바빠서 못 내려가기도 하죠.
그러다가 오랜만에 간 고향에서 작가는 아버지가 마중 나온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흰 머리는 확 늘어나서 거의 백발에 가깝고, 등과 어깨가 구부정하고, 키도 작아진 것 같고 살도 빠져서 체구가 작아진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아줍니다.
아버지는 집에 가서 나오코가 해주는 ‘통통’을 받고싶다고 부탁합니다. ‘통통’은 안마봉같은 것으로 등을 가볍게 통통 두드려주는 일종의 마사지 인 것 같아요. 몇번 해주니 금방 잠들어버리는 아버지. 유난히 아버지의 엉덩이는 컸는데, 지금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작가는 조금 위기를 느낍니다.

물론 작가의 아버지는 이제 손자도 있고 나이도 70이 넘은 명실상부한 할아버지 이지요. 하지만 보통 자기가 부모라고 머리속에 새겨지는 시기는 젊은 부모였거든요. 그 젊었던 사람이 어느새 나이 든 모습이 되면 조금 충격이 옵니다.
아무리 자신이 어른이 되고 심지어 다른 이의 부모가 된 아저씨, 아줌마가 되어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라고요. 얼마만큼 빨리 납득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가의 차이이지, 충격은 피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 작가. 부모님은 여전히 정리정돈을 못해서 물건이 너저분하게 쌓여있습니다. 정리 좀 하라는 말에 그 물건을 정리하는 일을 노후에 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작가는 지금이 노후인데 언제 하려고 하냐고 화를 벌컥 냅니다. 말로 쓰면 심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녀의 만담같아요.
적어도 나이가 들어도 자기 자신의 버릇이나 라이프 스타일은 바뀌기 어렵고, 그저 자기 자신인 것이 아닐지.
비록 겉이 완연히 노인이어도 아버지의 태연하면서도 엉뚱한 모습에서 작가는 어딘가 안도감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인으로서 또 흥미로웠던 부분은 부모님과의 한국 여행기.
작가 부모님이 생애 최초로 해외에 나가는 것이 한국이라고 하더라고요. 대장금을 녹화해놓고 매번 같은 화의 같은 부분을 보는 것이 좀 무섭긴 하지만, 결국 한국으로 효도 여행을 결정하는 작가.
다카기 나오코 본인은 한국 여행을 이미 와본 경험이 있어서 이번 효도 여행의 가이드가 됩니다.
짐을 가볍게 싸라고 했는데도 필요없는 물건까지 바리바리 싸고, 그러면서도 둘째 딸이 다 해주겠거니 하며 손 놓고 있는 모습에 울컥하는 작가.
부모님과 같이 여행해본 사람들 중에선 공감하는 사람이 좀 있을 듯. (저는 아님. 우리 부모님이 더 잘하는 것 같아요…)

공항가는 길 부터 흥분하는 부모님을 보며 여기서 여행이 끝난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작가. 저도 공감합니다. 사실 준비 과정과 비행기 타기 직전이 죽도록 설레잖아요?! (그런 투어가 있어도 재밌을 듯)
비행기 안에서 열심히 한국어 인사를 연습한 뒤 경동시장에서 한번 써보면서 아주 기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것을 외우고 기억하기 힘든 나이인데 뭔가를 해내는 것은 무척 뿌듯하죠.
젊은 저도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 조금 시작했다고 영어 공부를 완전 손에서 놓아버렸으니.

패키지 여행이라 빡빡한 일정인데 가장 아쉬웠던 건 제가 보기엔 식사를 천천히 못한 것 같아요. 아니 적어도 한정식 밥상이면 밥먹을 시간은 좀 더 여유롭게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떤 여행사인지, 보는 제가 다 아깝더라고요. 한정식 자체가 하나의 문화인데 말입니다.
커미션 때문에 상점에도 들러야 하겠지만 역시 질 좋은 여행이라고 느끼긴 힘들것 같아요.

어쨌거나 갑자기 아버지가 가자고 한 불고기 식당에서 싱거운 맥주, 냉면을 먹으면서 즐거워하는 일화도 나옵니다.
특히 냉면이 이 여행에서 먹은 것 중에서 제일 맛있다고 하는 작가의 부모님. 냉면이 좋다고 하는 모습에서 약간 의외같기도 하고 또 납득도 갔어요.
냉면이 제일 맛있다고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부모님과 남산 케이블카를 타러 갔을 때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해주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문득 이제 부모님은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받는 나이가 되었구나 느낍니다.
저도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으면 자리를 비우곤 하는데 우리 부모가 그런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은 역시 새삼스럽겠죠. 약간은 슬프고, 그러면서도 이제 받아들이고 자신이 그만큼 자랐다는 사실을 느끼고요.

이 외에도 아버지의 인도 음식 도전기, 헌 집 리모델링에 관한 에피소드, 귀향할 때 마다 알게되는 나이든 부모의 의외의 모습 등 소소하지만 구체적이고 따뜻하면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아주 현실적이고
다카기 나오코 작가 특유의 따뜻한 감성. 그런 강점이 잘 발휘되는 또 다른 부분의 좋은 만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부모님이 나이가 들었다고 느꼈을 때 읽어보면 더욱 괜찮은 에세이 만화입니다.

Scroll to Top